커피 맛도 과학이다···한 잔의 맛을 바꾸는 50cm의 차이

핸드드립 커피의 맛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물 붓는 높이’라는 과학적 분석 결과가 나왔다.(사진=픽사베이)

핸드드립 커피의 맛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물 붓는 높이’라는 과학적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나대학교 연구팀은 학술지 ‘유체물리학’을 통해 핸드드립 커피 추출 과정에서 물의 붓는 높이가 추출 수율과 혼합 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물을 높은 위치에서 붓게 되면 중력으로 인해 물줄기에 더 많은 에너지가 가해지고 이로 인해 커피 가루와 물의 혼합이 활발해진다.

이러한 물리적 상호작용은 커피 성분의 용출을 높여 추출 수율을 개선하고 맛의 일관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커피 재배가 환경이 기후 변화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원두 소비를 줄이면서도 동일한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추출 방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험은 고속 카메라와 레이저 분석을 이용해 커피 가루와 물의 혼합 과정을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커피 가루 대신 실리카겔을 활용한 시뮬레이션도 병행해 물 붓는 속도와 분사 형태, 입자 크기 등의 변수에 따른 추출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물을 붓는 이상적인 높이는 필터 위 약 50cm 이하로 나타났다. 이 높이에서는 물줄기가 흐트러지지 않고 커피 가루와 잘 섞이면서 추출 효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물을 지나치게 천천히 붓는 경우 ‘찻주전자 효과’가 발생해 물줄기가 주둥이에 들러붙고 추출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연구진은 유속, 붓는 높이, 분사 반경이 조화를 이뤄야 핸드드립 커피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구즈넥 찻주전자가 물줄기를 안정적으로 조절하며 적정 높이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진은 해당 원리가 커피 추출에 국한되지 않고 토양 침식, 폐수 처리, 댐 마모 등 다양한 유체-입차 상호작용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