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라노스(Theranos) 사기 사건으로 수감된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의 남편 빌리 에반스(Billy Evans)가 테라노스와 유사한 혈액 검사 스타트업 ‘하이만투스(Haemanthus)’를 설립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24년 2월에 설립된 하이만투스는 스스로를 “진단의 미래”이자 “건강 검사의 급진적인 새로운 접근”이라고 소개하며, 소량의 혈액, 타액, 소변, 땀 등으로 다양한 질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까지 약 2천만 달러(한화 약 270억 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만투스가 개발 중인 의료기기는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테라노스가 과거 사용한다고 주장했던 기술과 유사하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제공된 프로토타입 사진은 테라노스의 실패한 제품인 ‘미니랩’과 외형적으로 상당히 유사해 “제2의 테라노스”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을 더욱 키우는 것은, 하이만투스의 홍보 자료와 에반스 본인의 발표에서는 테라노스나 엘리자베스 홈즈와의 관계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홈즈가 복역 중임에도 불구하고 비공식적으로 하이만투스에 조언을 제공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운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때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의 유망 기업으로 떠오르며 9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자사의 혈액 검사 기술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허위임이 밝혀지며 2018년 9월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홈즈는 2022년 11월, 투자자들을 기만한 혐의로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텍사스의 연방 여성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현재 하이만투스는 테라노스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언론에 연구소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앞세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즈, NPR 등 주요 언론사들은 회사 측의 취재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일부 투자자들 또한 테라노스 사태의 여파로 인해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훌루는 지난 2022년 엘리자베스 홈즈와 테라노스 사건을 다룬 드라마 ‘드롭아웃’을 방영한 바 있으며 국내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 공개되기도 했다.